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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리3개로 로키산맥 정복한 장애견 그레이스!

바다산바다 2007. 11. 1. 09:53

뉴욕에서 산 책들을 잔뜩 이고지고 갔었던 캐나다.

그곳에서 만났던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이제서야...ㅎㅎㅎ..너무 게으르죠? 돌을 맞아도 싸요, 저는~~~퍽 ㅠ,;;;)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로키산맥 자락에 있는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만난 그레이스 이야기입니다.

캐나다에서 만난 여러 동물 친구들 중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제 마음에 남아 있는 녀석이거든요.

 

저의 캐나다 여행은 나이아가라 폭포쪽과 벤쿠버 일정은 아주 짧았습니다.

그들이 대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 지가 너무 궁금해 일정의 2/3를 로키산맥 끼고 있는 국립공원을 싸돌아 다니며 보냈습니다.

 

그곳 재스퍼 국립공원의 휘슬러 산에서 만난 그레이스를 소개합니다.

 

휘슬러 산(스키장인 휘슬러 리조트와는 다른 곳임다!) 2,466미터나 되는 어마하게 높은 산인데요-거의 백두산과 맞먹는 높이입죠-제가 그 정상 근처까지 갔다왔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물론 정상 코앞까지 이동시켜주는 케이블카 같은 모양의 트램웨이가 도와주었습죠.

 

트램웨이 티켓을 끊고 30분 정도 여기저기 둘러보며 기다리는데

반려동물과 함께 오신 분들 정말 많더군요.

미국이나 캐나다나 돌아다니며 온통 대형견만 만났었는데 오랜만에 시추를 만나서 반가워서 한 컷,

 

가족들이 모두 이 리트리버 녀석을 어찌나 쓰다듬고 빨고 예뻐하는지 그 모습이 예뻐서 또 한 컷!

 

 

, 그러다가 눈에 띄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트램웨이 타기 직전에 만난 또 다른 리트리버 녀석.

 

이름은 그레이스이구요, 6살 된 여자아이라네요.

예뻐서 자꾸자꾸 쓰다듬어 줬습니다.

제가 왜 이리 예뻐했는지 곧 아실 거에요^^*

 

트램웨이가 우리를 휘슬러 산 꼭대기 바로 앞에 토해 놓네요.(요거이 트램웨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케이블카랑 똑같죠?)

 

우와~~~공기 조타아~~~~

제가 먼저 정상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더니 그레이스도 슬슬 가족들과 출발을 시작합니다.

언니 먼저 간다, 그레이스!

그레이스도 시동을 거는 게 보이는군요.

 

평소에 운동하는 걸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찡이언니,

2~3백미터도 못 가서 주저 앉았습니다. 헥헥~~~~아고 힘들다!

앉아서 뒤를 쳐다보니 그레이스가 열심히 올라옵니다.

보이세요? 그레이스의 비밀이?

 

맞아요, 그레이스는 다리가 3개입니다.

오른쪽 뒷다리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저렇게 씩씩하게 잘 올라오고 있군요.

대견대견대견대견대견대견~~~~~~~~~~~~

 

그레이스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주저 앉은 찡이언니,

뒤이어 도착한 그레이스를 맞아줍니다.

그레이스도 아까 보고 또 본다고 그새 반가운지 온몸을 비비며 기뻐해 줍니다.

 

그래서 물었죠.

그레이스, 너 저 꼭대기 정상까지 갈 거야? 갈 수 있어?

그럼요, 꼭 갈 거에요!!!

그레이스가 눈빛으로 대답하고. 그레이스 언니가 씩씩하게 대신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실 그레이스 다리가 왜 하나 없느냐고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제가 찡이가 눈 아프고 그 심정을 알았거든요.

듣는 가족에게는 괜한 상처가 된다는 걸……

그 이유 알아서 뭐 합니까?

그레이스는 저렇게 장하게 잘 살고 있는 걸, 그게 중요한 거지!!!

 

잠시 쉬었던 그레이스와 저는 함께 출발했고

곧 그레이스는 저를 버리고 멀리멀리 가버렸습니다.

다리 2개 가진 느려터진 인간과 보조를 맞출 수 없었던 거지요.

결국 제가 막바지 언덕을 기어 올라가고 있을 때

그레이스는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오고 있더군요,;;;

 

그곳에서 그레이스와 굿바이 키스를 했습니다.

너무나도 장한 그레이스에서 사랑을 듬뿍 담아서요!

그레이스,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주렴!!!

이토록 너를 위해주는 가족들과 함께라면 별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말이다.

 

개와 함께 정상에 오른 한 남정네도 그레이스의 장한 레이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로키산맥의 정상에 서니

이곳에서 흘러 내린 물이 한쪽은 태평양으로 흐르고, 다른 한쪽은 대서양으로 흐른다는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 사진이 좀 후집니다. 책 짐이 워낙 많아서 큰 놈 말고 똑딱이 카메라를 가져갔거든요. 지금 보니 속상하네요..ㅠ,ㅜ;;)

 한 여름인 8월이었는데도 산 정상에 남아 있는 눈들이 보이시죠?

한 눈에 산, 빙하, 계곡, 호수를 다 볼 수 있는 곳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텐데 이곳이 바로 그렇더군요.

 

그 장엄한 대자연을 가슴에 담고,

또 이곳에서 만난 그레이스를 가슴에 담고 내려왔습니다.

로키산맥의 웅장한 대자연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레이스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다르지 않더군요.

자연 앞에 항상 겸손하게 살라고그리고 남과 다른 것 따위 신경쓰지 말고 용기 있게 살라고!

출처 :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글쓴이 : 더불어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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