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토크

나의 군대이야기

바다산바다 2007. 12. 12. 15:57
 




나의군대 이야기
1980 년초  미 동북부 로드아일랜드 주 뉴포트 시의 미 해군 참모대학에서수학할
기회가있었느데,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의 여과 없는 생생한 텔레비전 화면이 외신으로 전해졌고, 이곳의 연합국 장교들은 한국의 장래를 걱정하여 위로의 말을 많이 해주었다.우리 반은 미국, 일본, 태국,필리핀, 아이슬란드, 터키, 베네수엘라 등 연합국 16개국에서 온 20명의 장교들로 구성된 16기였다. 학교장은 캡틴 쿠인(Captain Quinn)으로 이제 고인이 되었으나, 1기부터 우리 16기까지 그가 보여준 열과 성의는

두고두고 졸업생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교과과정은 해군전략과 국방경제 의사결정으로 대별되어 참모연구서 작성에서부터 에세이 또는 논문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게 짜여있었다. 나는 월~금까지 못한 공부는 토, 일요일로 복습을 미루어 놓지만 빈번히각종 파티 등의 소위 '사회적 활동(social activity)'에 참여해야 하므로 공부가 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활동도 평가대상이었고, 귀국후 참모총장 앞으로 보내진 사후평가보고서가 나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나도 주로 먹고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는 이 '사회적 활동'에열심이었던 것 같다.과정 중에는 학생인 장교들의 '국가 소개(country presentation)'가 있었는데, 출국 전 미리 준비한 자료와 이곳 도서관의 풍부한 시청각 자료 덕분에 발표, 질의 응답, 토의 순서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는, 각국의 고유음식을 만들어 소개겸 파티를 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가정책상 가족동반이 안되어 나 혼자 냉동 치킨과 기름을 사서 학교 행정보좌관인 미즈 앨리스(Ms. Alice)의 집에서 튀겨 제공하니 모두 '원더풀!' 하며, 칭찬했지만 나는 튀김기름냄새덕분(?)에 날개 한쪽 조차 다 먹지 못했다.군사전략과정의 마지막 관문은 2개 팀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전쟁 연습이었다. 2차대전과 태평양전쟁의 각종  시나리오 200여 가지가 이곳 유서 깊은 뉴포트 미해군대학에서 연습되어 실전에 적용되었으니 가미가제 특공대도 대책이 없었을 것이다. 중위 시절 샌디에이고에서의 상륙전 유학경험에 따라, 이곳에서 블루포스 상륙 기동함대 사령관(Blue Force CATG. : Commander Amphibious Task Group) 직책을 맡아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전략을 배우는 중에도 가끔 학교장 집 뒷마당에서 '크랩 앤 클램(Crab & Clam)' 파티가 열렸다. 뉴포트는 다른 해군항구와 달라 뉴잉글랜드 지방 대서양의 해산물이 풍부했다. 지금도 이곳의 랍스터를 생각만해도 군침이 돈다. 이런 식의 '사회적 활동'이 매 주말 있어, 깊은 공부는 귀국후 교재로 더 많이 한 것 같다.참모대학 과정중 중요한 한 부분은 미 해군당국이정말로 성의껏 학생들을 대우하는 'CNO VIP Itinerary Field Trip'으로, 사진에 보이는미해군 참모총장 전용 항공기 2대를 동원해 남부 플로리다까지 왕복비행을 했다.플로리다 여행 중에는 'Peterson Air Force Base BOQ'에 여장을 풀고, 지역내 산업시설, 군시설 등을 돌아 보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기지 내의 전투기 모의조종 장치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았던 장비로, 십수년 후에야 유사한 장비들이 도입된 것으로 안다. NASA 방문도 이때 있었다.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치열했던 우주경쟁의 역사를 이곳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또 아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 방문시 생도들과 1일 생활을 통해 미 해군장교 양성 과정을 본 것은 귀국후 여러 대미 관련 부서 근무시 많은 도움이 되었다.학교당국은 재학중 틈이 날 때마다 미 동북부 지방 여행과 이벤트에 학생들을 참여시켰다.이같은 이벤트중 기억에 생생한 것이 보스턴에서 실시된 'Tall ship parade'이다.이 행사는 전세계의 유명 범선 등이 참여하는 관함식이다.우리 보다 6년 앞서 졸업한 졸업생이 함장으로 있는 순양함에 초청되어 멋진 퍼레이드를 보게 되었지만 범선보다는 우리가 방문 승함중인 순양함에

관심이 더 많았다.


가장 유학시절 만난 미국인들중 가장 추억에 남는 분으로 나의 개인 어드바이저였던 돈(Don Edgerton) 소령 부부를 들 수 있다.학교에서는 1대 1로 학생 장교마다 미국측 장교 1명씩을 배정해교육중 제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었는데, 돈 소령은 원래 보급 장교로서, 라인 오피서(line-officer)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조종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정도로 비행기에 열성적인 취미생활을 하였다.하루는 뉴포트에서 보스턴 부근 케이프 코드(Cape Cod)까지 돈 소령이 직접 조종하는 단발 소형비행기로 날아가기도 했다. 비행기에는 돈 소령 부인도 동승했다.비행 전, '사고책임 면책 조항' 서류에 서명할 때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능숙한 조종으로 금새 안정을 되찾고 동북부 해안선을 따라 그 옛날 초기 이민자들을 태우고 대서양을 건너온 메이플라워(May Flower)호가 도착한 유서 깊은 케이프 코드를 하늘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며, 미국

건국 이민역사의 현장을 그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느껴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돈 소령이 한국,인도네시아 등의 FMS사업 관련 일로 방한했을 때, 나는 뉴포트에서 못 보여준 한국음식을 여의도에서 마음껏 대접할 수 있었다.영광의 졸업장을 손에 쥐고 귀국 후 나는 해군대학 교관이 당연 보직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의외로 참모총장 수석부관의 직책을 맡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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