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능선(3)(4)산행록

바다산바다 2013. 6. 3. 11:54

오르락 내리락 산봉오리를 옆으로 끼고 도는 공룡능선 길을  또 뒤 돌아봅니다

자주 뒤돌아 보는 것은   내경우 힘이 든다는 징조입니다.또한 사진이 많은것도

힘이 들어 쉬면서 마구 눌러 댄 증거 입니다 ㅋㅋㅋ

 

한 번에 다 잡을수없는 거대한 공룡의 암등 웅장합니다

그 공룡의 옆구리 계단을 한 발짝 한 반짝 오르려니 힘도 들고

오늘 처럼 여름 날씨엔 땀도 많이 나 특별히 수분 공급계획을 잘

세워야 할듯합니다.  

 

 

 

 

 

 

1030  마등령을 출발해서 2시간45분만에  겨우2.1km 를 왔을 뿐입니다. 

병목구간에서 약간의 지체도 있긴 하였으나 조금씩 보속이 떨어지는군요.

공룡능선은 아직 온 길 보다 갈 길이 더 남았습니다.

 

 

 

고개에 올라서서 뒤 돌아보고,가야할 길 가늠하면서 호흡조절도 하고,

인증샷도 남겨야하니 바쁩니다.

 

이런곳도 있으니 겨울 눈 산행은 장비를 잘 갖추고 와야 겠지요

 

 

 

1339 시 울산바위 와 속초시내 동해바다가 보이는 이곳에 도착하여 잠시 쉬는 데

하늘에서 오색 무지개가 생기더니 해무리까지 창공에 으 字 형태로 수를 새겨

장관을 연출합니다. 무지개를 따라가면서 샷터를 눌러대느라 5분여를 지체하였으나

내심 좋은 일이 생길것이란 희망을갖고 계속 진행하니 기분이 좋군요

 

 

 

 

 

 

 

 

 

 

 

 

 

 

 

 

고목에 새집을 지은 모양입니다.

 

 

 

1350 시 공룡능선 중간 지점을 통과중입니다. 마등령에서 이곳까지 3시간20분 소요되었습니다.

예정보다 50분지체입니다

 

 

 

 

 

1417시 비로소 대청,중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멀리 신선대만 오르면 그 다음은 천불동으로하산 !

 

 

 

코끼리코 같은 형상을띈  거석이 언제 부숴질지 아찔 합니다,

용아 장상과 서북능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2012.6) 저 부근 봉정암에서 1박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1444시 희운각1.5 km 전 ! 4시간 14분만에 3.6km 밖에 못왔군요

(공용능선(4)에서계속)

깨알 같은 스마트 폰에서 잘못 탓치하여 공룡능선(4) 가 모두 삭제되어 이곳에 추가로 (4)를 합철합니다.

 

 

공룡능선(4)

 

시간은 예정보다 지체되었으나,공룡능선도 이제 전체여정중 3분지1이 남았습니다.

뒤 돌아보니 나무사이로 천화대의 범봉이 보입니다.

범봉은'범선의 돛대처럼 우뚝섰다'라는 의미를지닌것으로 추정되며

천화대 20 여개의 봉우리 중에서가장 높은 봉우리를 말하며 깍아지는 암봉의

위용은 설악산의 주인이라 할만큼 수려합니다.

 

 

 

 

 

 

 

 

 

1513시 이쯤 올라오니 체력도 소진되고 ,갖고있던 생수도 500 cc

한병밖에 안남았군요 .그도 그럴것이 마지막 봉오리 신선대를 향하여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계속해서 30m 이상을 논스톱으로 오른 기억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뒤 돌아 본 공룡능선의 웅장함에 압도되어 컨디션을

재충전합니다.

비로소 세존봉 부근 능선을 휘돌아 마등령~나한봉~1275봉을 지나 이곳까지

올라온 경로가 어렴풋이 감이 옵니다.그리고 해낼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1521시 드디어 신선대 전망대에 도착 하였습니다.이곳은 전문 포토그래퍼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포인트 ! 운해에드리운 공룡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희운각 까지는 아직 1km 남았지만 지금 부터는 하산 길이니 무릅에 신경쓰면서

 걸어야 합니다.

 

 

 

 

가야동 계곡이 왼편으로 용아장상 그리고 오른편으로 공룡능선을 가르고 있군요

작년도에  용아장상 넘어 수렴동 계곡을 거쳐 봉정암에서 1박하면서 반대편 오늘

밟은 공룡능선을 멀리 바라보면서 언젠가 가 볼수 있을가? 라고  주눅들던 생각에

미치니 아래 사진은 의미가 있는 한 샷입니다.

고려문신 안축 왈

"설악산에 비해 금강산은 수려하긴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

1528시 신선대 ~희운각대피소 하산길 시작구간에서 대청봉(1708m) ,중청,소청봉를

바라보니 감회가 깊군요. 어렵게 이곳에 도착 오래 오래 머물어 감상하고 싶은 생각은

접고 하산 길에 듭니다. 희운각까지 1km+소공원까지 9km 아직 갈 길이 멈니다.

 

 

1556 시 희운각,천불동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하였습니다.하계절 일조시간이 길 다는

생각 뿐으로 희운각 숙박 예약(2주전)은 생각치도 않았으나 예약(010-4458-1713)후 
이곳 대피소에서 1박후 어느 방향으로 던지 진행 함이 좋을듯하군요.

무릅보호대를 하였으나 하산 길은 힘들군요. 뒤 따라 오던 어느 부부팀이 스프레이 파스를

내 오른편 무릅주변에 한 번 뿌려주니 일시적인긴 하지만 그 덕에 1km 정도는 가볍게

내려왔습니다. 고마운 분들입니다.

 

 

1640 천불동 계곡에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 이와 대비되는

화채능선의 백색의 암봉들  눈이 부십니다.교각 아래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 (동영상을 참고하세요~)시원하군요

계곡은 조금씩 어둠이 드리우고 ,천불동 계곡은 주로 가을에 와서

단풍 산행으로 양폭 까지 왔다 간 적이 있기에 게곡에서 시간 지체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나선 금번 산행 이었으나 자주 서다가다를 반복 여유를 만끽합니다.

 

 

 

 

 

 

 

 

 

 

 

 

 

 

 

 

 

 

 

 

 

 

 

 

 

 

 

 

 

 

 

 

 

 

 

1850시 드디어 11시간35분만에 비선대부근 마등령 진입로와 대청봉들머리

원점복귀완료입니다!!!

1853시 금강굴을 올려보고 비선대 계곡수를 바라보면서 갈증을 풀기위하여

병맥주 한병을 단숨에 비우고 맙니다. 공복에 맥주 한병들어가니 알딸딸 해지나

아직도 어둠이 곧 깔릴 소공원 주차장까지 가려면 새벽과 달리 1시간은 족히 걸릴듯

하여 2병째 마시고 싶던 맥주에대한 갈망은 접고,대신 콜라 한병으로 추가 믹스합니다.

2004시 신흥사 불상을 통과할때쯤 어둠이 곧 드리우고 나름 대망의 공룡능선

종주를 마칩니다.

 

(아래글은 서울고동문산악회의 공룡능선산행기에서 모신글입니다)

 

 

  제3 차 백두대간 12 구간 마등령에서 무너미고개까지(설악 공룡능선 구간, 9월 15일, 일)
남장현(25) .


 

동문 산악회 선후배 산우 72명(13회-35회)

2. 산행 시간(후미 기준)

설악동 03:00

비선대(360m) 03:45
마등령 정상(1,320m) 07:00(아침~07:30)

나한봉(1,297m) 08:00

1275봉 09:30

신선대(1,210m) 11:30

무너미 고개 (1,076m) 12:00

양폭산장 13:30

비선대 14:40

설악동 15:20


3. 산행 落穗 

제3 차 백두대간 2기 집행부(26회 김인원 단장 외)의 출범 산행이 絶景이 기다리는 설악의 심장부 산길에서 시작된다.

지난 5월 멈추지 않는 비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던 산길, 2004년 9월 동문 산우들(98명:14회~33회)이 땀

  흘려 함께 걸었던 추억의 공룡능선 산길을 9년만에 다시 찾는 것이다.


힘차고 장쾌하게 달려가는 공룡능선이 내설악과 외설악을  어우르듯 2기 집행부의 誠心과 노고 덕택으로

동문 산우들의 대간을 향한 우애의 발걸음이 한층 잘 어우러져 대간의 봉우리들을 순풍에 돛 단듯이 술술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대하던 바위산 설악의 암릉 산행이다.

5km쯤 꿈틀거리는 바위 능선에서 뾰죽빼죽 등지느러미가 솟아난 공룡의 등뼈 같은 암봉들을 넘어갈

  때 설악의 맑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 하나 하나가 거침없이 솟구치고 떨어지는 수려한 眞面目이 다가오니 

 아무리 발걸음이 힘들다 해도 가파른 금강굴 너덜에서 기꺼히 고된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바위산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파노라마로 펼쳐져 만져질듯 다가오는 장중한 설악 

 산줄기들의 흐름과 옹골찬 바위 봉우리들의 당당한 모습은 잊지못할 설악의 珍景이자 흠씬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 산길의 魅力이다.

 

산행의 흐뭇한 결과를 위한 과정의 忍耐는 소중한 것이고 함께 땀 흘리는 발걸음으로

 언제나처럼 짜릿한 산행의 기쁨과 보람, 선후배간 하나 되는 紐帶感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발걸음마다 다가오는 우뚝한 봉우리와 맑은 바위들의 정기를 마음껏 쐬며 十方에서 다가오는 장엄한

산줄기들의 흐름을 감상하노라면 흐뭇한 설악의 추억은 새롭게 쌓여갈 것이고 하산길 천불동 계곡에서 중생을

굽어보는 바위 부처들과 그윽한 눈길을 맞추며 맑은 물소리에 마음을 씻는 것은 산행의 덤이 될 터이다.

 

시원찮은 몸 상태에 事後藥方文 격이지만 두어 시간이라도 버스 속에서 눈을 붙여보려 하나 여의치 않다.

졸린 몸으로 설악동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3시쯤이다. 아직 캄캄한 밤이니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이고 이

未明의 시간에 설악의 봉우리에 오르는 것이 또 하나의 역사이다.

투구끈을 졸라매는 장수의 심정으로 등산화끈을 졸라매며 無明을 밝히는 초롱불 하나 이마에 두른다.

 

설악의 밤공기가 그리 서늘하지 않고 바람도 멎어있다. 그 대신 기대했던대로 설악의 밤하늘을 수 놓은

산뜻하고 총총한 별들이 반갑다. 손을 뻗으면 두어 개 딸 수 있을 것처럼 남쪽 하늘의 그리운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초롱초롱한 별빛이 다가와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질 것 같다.


신흥사 경내를 지나고 돌다리를 건너자니 시원한 개울물 소리가 들려오고 숲속을 가로질러 가볍게

부는 바람이 온몸을 살짝 감싸준다. 어제 비로 시원하게 흘러가는 개울물은 북설악 저항령쯤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울물이다.

白露가 지난 산길의 삽상한 밤공기를 몇 번 깊게 들이 삼키니 서늘한 기운에 반짝 피곤이 가시고 기분이 나아진다.

설악동에서 비선대까지 3km의 산길은 고속도로와 같은 비단길이니 신바람을 내며 달려간다. 선두팀의 발걸음이 너무 빠른듯하다.


비선대에서 오른쪽 금강굴 비탈길로 접어든다. 金剛이란 종교적 진리를 체득하여 일체의 번뇌를 깨뜨릴 수 있는 경지를 이르는 것인가.

처음부터 급경사 너덜길이 나와 발을 올려딛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비선대에서 마등령 정상까지의

거리가 3.6km쯤이고 고도가 960m쯤 높아지니 평균 기울기 24도쯤의 가파른 비탈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번뇌를 하나씩 깨뜨리듯 발길에 부딪히는 너덜을 하나씩 힘겹게 밟아 비탈을 오르기 시작한다. 바로 옆 금강굴 부처님이

 고된 발걸음을 응원해 주실 터이다.

 

이 비탈길은 체력이 부칠 때이면 내려오기에도 지루하고 힘든 너덜길인데 어둠 속에서 그저 앞사람의 불빛만 좇아

엉겁결에 올라가는 것이 조금 수월할 수도 있다.

부실한 몸을 만든 스스로를 원망할 사이도 없이 숨이 사정없이 가빠오고 몸이 비틀거린다.

오랜만에 출장한 동기 산우(25회 민경삼)와 함께 비탈길 중턱쯤에서 두어 번 바위에 걸터 앉아 숨을 고르고

땀을 들이며 물 한 모금 마시자니 자연스럽게 후미가 된듯하다. 앞선 랜턴의 행렬이 금세 사라지고

산길에는 몇몇 후미 랜턴의 불빛만 띄엄띄엄 의지 없이 깜박인다.


얼마나 걸었을까. 숨이 턱에 붙을 지경이 되자 별들이 눈높이로 다가오는 철계단이 나타나고 마등령으로 향하는

능선에 닿으니 속초의 반짝이는 아경 불빛이 반갑게 다가온다. 좌우전후 조망이 생기면 능선에 닿은 것이다.


시나브로 사위어가는 별빛처럼 꺼질듯 깜박이는 산행 의지를 되살리려는 마음으로 협곡 건너편 중청 산장의

 불빛을 구원의 등불 삼아 찾아본다. 중청 산장의 불빛이 사위어가는 사이 살며시 찾아오는 黎明 속에 설악

산줄기들의 윤곽이 조금씩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북설악 황철봉 줄기와 왼쪽으로 협곡 넘어

대청봉과 중청봉이 둥실 솟아 묵직하게 자리잡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밝아지면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가슴으로 들어올 것이다.


정확한 일출 시각인 6시 7분쯤에 마등령에 닿아 해돋이의 모습을 보겠다는 기대는 늦어지는 발걸음으로

난망이지만 어느 사이 동녁이 밝아오며 속초 시내 너머 동해쪽에서 붉은 해가 금세 둥실 떠오른다.

새벽 어둠이 순식간에 걷히고 山中이 환하게 밝아와 천불동을 둘러싼 설악의 속살과 속뼈가 그대로 眞面目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힘든 발걸음의 노고를 일시에 격려받는 기분이다.


생동하기 시작하는 천불동쪽 아침 설악의 입체적 모습을 살펴본다.

눈 아래 천불동의 협곡이 깊어지고 앞길에 공룡능선이 옹골차게 솟아올라 대간길을 이으며 대청봉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절묘하디.


집선봉에서 화채봉 지나 대청으로 달려가는 화채능선 連峰들의 모습이 그윽하고 팔방에서 솟구치는 연봉들

너머 대청봉이 중청봉의 호위를 받아 산중을 굽어보며 묵직한 설악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모습이

대청봉의 카리스마와 위엄을 동시에 전해준다.

 

다시 얼굴을 내미는 공룡능선으로 눈길을 주니 범봉 끌어안고 등차수열 비슷하게 하늘을 점진적으로 꿰뚫은

천화대 릿지가 千佛洞 계곡쪽으로 흘러내리고 대표 봉우리인 1275봉이 아슬아슬하게 우뚝하다. 천화대가 하늘을 향해 피어난 바위꽃인가.

삐쭉빼죽 아슬아슬 솟아난 저 공룡능선의 봉우리들을 넘어가야 하는 것이 꿈속의 일인 것 같다. 산길에 온통 날카로운 奇岩

봉우리들이 솟구쳐 우뚝하고 수직을 이룬 바위 절벽들이 위태롭게 천길만길 계곡으로 떨어지고 있다.

 

길은 꾸준히 오르막으로 1320고지인 마등령 정상으로 향한다.

힘을 내어 대간길 마등봉의 갈림길인 마등령 정상에 닿으니 아침 햇살 환하게 부서지고 사방으로 설악의 온 세상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예정보다 한 시간쯤 늦어진 발걸음이다.

마등령 삼거리인 고개로 내려서기 전 깔깔한 입맛이지만 떡과 과일로 아침 요기를 하여 원기를 보충한다.

먼저 도착한 아우들(29회 공창협, 유대석, 허논만)이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동안 후미를 자청한 총무단

아우들(33회 손태영, 34회 길 웅, 이철우)이 마등령으로 내려서고 후미팀(24회 김형택, 25회 남장현 부부, 민경삼, 33회 한성호 부부)이

서로 음식을 나누는데 등반대장(29회 한영균)이 이끄는 최종 후미팀의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는다.

 같은 시각 선두인 부등반대장(32회 김성모)은 1275봉을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전해지니 무지막지한 발걸음인가.


아침 요기를 마치고 길섶의 산꽃의 배웅을 받으며 마등령으로 내려선다.

오래 전 제2 차 대간산행 시 달 밝은 밤에 미시령을 출발하여 황철봉의 너덜지대를 건너고 저항령 지나 마등봉을 넘어

 이 고개에 닿았던 산행의 추억이 새롭다. 당시 오세암으로 내려서기 전 마등령에서는 황철봉의 이색적인 너덜지대를

 무사히 건너온 기분에 취해 술 인심이 후한 소규모 룸카페가 여러 곳 생겨났던 추억이다.


예전 마등령이 너무 험해서 손으로 기어오르는 고개인 <摩登嶺>이었다는데 요즈음은 <馬等嶺>의 한자어처럼 말잔등처럼

생긴 고개가 된 듯하다. 아무래도 말 타고 오를 수 있는 <馬登嶺>은 아닌듯하다.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마등령에서 소청까지의 대간 마루금은 내륙쪽인 내설악과 바닷쪽인 외설악을 가른다는데 공룡능선이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것은 의상능선이 북한산 산줄기를 엇비스듬하게 남북으로 가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인가.

 

닫혀있는 북설악 구간의 마등봉(1,327m)쪽을 올려다보고 공룡능선의 첫 봉우리이자 공룡능선의 최고봉인 나한봉으로 향한다.

산길 오른쪽으로 서북능 가운데쯤의 우람한 귀때기청봉이 맑은 바위와 속살의 주름까지 다 보여주고 있는데 각도를 달리해

보면 대청봉에서 안산 아래 십이선녀탕 계곡까지 흘러가는 서북능의 전모가 한 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동쪽으로 우뚝 솟은

울산바위의 맑은 살결이 아침 햇살에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는 모습이 생생한 설악의 현재 모습인가. 서북능 넘어 그윽한

 운해가 피어오르는 곳은 소양강인가.


날카롭게 솟은 나한봉이 불교聖者 반열의 이름을 얻은 것은 무슨 연유가 있을 터인데 <羅漢중에서도 모래 먹는 나한이 있다> 했으니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나한봉 넘어가는 길이 그리 고되지 않아 바위틈에 피어난 들국화도 눈여겨 보고 마등봉도 뒤돌아보고 천불동을 내려다 보며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긴다. 산길 앞쪽으로 1275봉이 저 먼 곳의 대청, 중청과 어울려 직사각형 한 틀에 담긴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사방에서 설악의 옹골찬 바위들이 밝은 햇살 아래 맑은 살결을 은은하게 번쩍이며 줄기를 이루어 이리 꿈틀 저리 꿈틀 용솟음치듯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발걸음에 대한 보상이 충분한 느낌이다. 가슴에 스미는 바위산의 정취가 이런 것인가.


아홉 봉우리를 넘나든다는 공룡능선 길에 교통 체증이 일어나지 않아 발걸음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경험상 좁은 산길에

병목 현상이 생기면 통행을 기다려야 하는 곳이 많았었는데 아직 희운각 쪽에서 대규모 등산객들이 출발하지 않은 것 같다.


기암괴석 솟아난 봉우리들의 모습을 사방으로 살피며 가끔 에델바이스를 찾아 두리번 거리기도하면서 이름 없는 서너 봉우리를

위태롭게 넘어가니 공룡능선의 중간 쉼터이자 대표봉우리인 1275봉의 긴 비탈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1275봉 정상에서 八方으로 펼쳐지는 설악의 조망은 그야말로 살아 숨쉬고 있고 壯快無比하지 않은가.


쉼터의 시원한 그늘의 나무에 기대어 아우(28회 한만엽)가 따라주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맛보며 바위벽에 몸을 밀착시켜

올랐던 1275봉 정상의 추억을 잠시 떠올린다.

<오버행으로 돌출한 정상 바위 위로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내밀어 내려다보면 천불동이 아찔한 협곡의 모습으로 나타나

계곡물이 구불거리며 흘러내리고 울퉁불퉁한 암릉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天花臺가 지척에서 눈인사를 보내오는데

저 멀리 울산바위는 아침 햇살에 대형 보석처럼 반짝이고 그 뒤로 햇빛을 반사하는 푸른 東海가 큰 거울처럼 펼쳐진다.

 

눈높이에서 봉정암 부처님을 만나러 가야동 계곡 위로 달려가는 사나운 용아장성의 모습이 들어오고 대청, 중청이 귀때기청을

만나러 가는 서북능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위로 푸른 하늘이 툭 터지고 아침 햇살에 더 맑아진 회색 봉우리들이

 도발적으로 속살을 보여주며 다가오니 설악의 맑은 속살과 억센 속뼈가 있는 그대로 가슴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설악의 진면목을 굽어보는 기분이 흐뭇한데 봉우리와 산줄기 하나 하나를 또 헤아리며 설악의 정취에 빠져든다.>


산길은 계속 급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여 인내를 시험하는 고된 길이 계속된다. 가끔 뒤돌아보면 1275봉 비탈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꼬물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조그만 사람의 머릿속에 우주가 통채로 들어갈 수 있다지만 꼬물거리는

모습은 大自然 앞에서 약하고 약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약한 인간에게는 意志가 있다고 하던가.


공룡능선의 끝봉우리인 신선대를 앞에 두고 전망이 좋은 바위터에서 사나운 용아릉과 장중한 서북능을 바라보고 황철봉

솟아오른 북설악 산줄기도 살펴보고 발걸음을 응원해주는 대청과 중청에 눈인사를 보내면서 마시고 싶은 생맥주의

맛을 떠올려 고달픔을 잊으려 애쓴다.

 

힘겨운 산행을 마치고 시원하게 마시고 싶은 한 잔의 생맥주가 눈에 선하다. 부드러운 황금빛 맥주 크림으로 혀와 입술을

살짝 적시고 깔끔한 보리향이 물씬 풍기는 갈색 액체를 한 모금 꿀꺽 마실 때 쌉싸름한 호프향의 시원한 액체가 목젖을

울리고 내려가는 목넘김의 시원함과 뱃속에 짜릿짜릿 전해지는 반가운 신호를 어찌 잊을 수 있나.

 

잊지못할 시원한 맥주의 맛과 잊지못할 시원한 산중의 풍광이 겹쳐지는데 돌아보면 공룡능선의 연봉들이 하늘에

 걸린 기암절벽의 징검다리가 되어 각도를 틀어가며 다시 다가온다. 저 우뚝한 1275봉을 넘어온 것이 꿈만 간다.


뜻밖에도 신선대 아래에서 오늘 역산행을 하신 형님(21회 김병우)을 만나니 산길에서 시원한 맥주를 얻어마신 듯 반갑다.

 형님의 말씀인즉 중간팀이 한 시간 전에 이 지점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전위봉을 하나 넘고 긴 오르막을 걸어 신선대에 올라 열심히 넘어온 공룡능선의 봉우리들과 능선 좌우로 펼쳐지는

계곡과 봉우리들의 빼어난 모습을 다시 감상한다. 전문 사진 작가들의 애호 장소인 신선대에 설악의 척추 모습인

굵직굵직한 회색 바위들이 오랜 세월의 무게를 담은 거무튀튀한 이끼옷을 입고 온갖 형상으로 버티고 있고 돌아보면

울퉁불퉁 솟아나 봉정암으로 흘러가는 용아장성이 지척이다.


신선대를 내려오자니 고달팠지만 또 걷고 싶은 공룡능선이 끝나간다. 짧은듯 긴듯한 5km 거리의 공룡능선을 열심히

걸어왔지만 답파 시간은 예전의 4시간 전후보다 훨씬 늦어진 4시간 30분이다.


살아서 꿈틀거리는듯한 바위 줄기인 공룡능선의 시작과 끝을 헤아려 보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작은 개울을 건너 무너미고개로 내려선다.

무너미고개가 천불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의 경계이고 언젠가 물이 넘쳤던 고개라니 서울의 수유리와 비슷한 유래인가.

千佛의 뜻은 알겠는데 伽倻의 뜻과 유래는 해석이 분분한 듯하다.

 

대간길을 벗어나 설악동까지 8.3km의 천불동 돌길로 들어서서 조금 내려오니 어제 내린 비로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힘이 빠진 다리에 걷는 것이 힘들고 지루하지만 천당폭포, 양폭, 오련폭포의 물방망이가 떨어져내리는 시원한 소리에 귀를 씻으며

천 분 부처님과 제대로 눈길을 마주치려 애를 써본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흘러가고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천불동은 단풍철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마음을 씻으려 찾아봄직한가.


재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양폭 산장터를 지나 마음은 급하게 비선대로 향하지만 터덜거리는 다리와 화끈거리는

발바닥에 돌들이 부딪혀와 걷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계곡으로 내려가 얼굴을 씻고 濯足도 하면 기분이 나아지겠지만

계곡은 출입금지 구역인가. 낙석 주의 경고판이 계속 되는 계곡에 아치형 다리를 많이 만들어 놓아 예전보다 걷기가 편하지만

산길을 걷기 시작한지 11시간이 넘어가니 거의 모든 것을 바친 느낌이다.


드디어 바위 봉우리에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고 암반을 타고 맑은 물 콸콸 쏟아져 내리는 비선대에 닿으니 별천지에

닿은 듯 살 것 같다. 금강굴을 품어안은 장군봉이 오후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난다.

하늘도, 산도, 바위도, 산길을 열심히 걸은 마음도, 맑고 고왔던 설악 풍광의 추억도, 천불동 계곡물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가.


오늘 걸은 산길이 사십리 내내 돌길이었나 보다. 제법 고되고 힘들었지만 설악의 심장부 산길을 나름대로의 純情으로 답파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해 지는 순간이다. 모든 것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스러지는 맥주 거품처럼 덧없이 사라지고 지나가는 것이지만

산행은 보람과 추억을 남기는 것인가.


뒤풀이 장소에 도착해 苦盡甘來 끝의 자축의 술 몇 모금과 음식을 맛보며 신임 단장(26회 김인원)의 취임 소감을 반갑게 듣는다.

 듬직한 아우들이 남진 방향에 맞는 훌륭한 산행 계획을 이미 세웠으니 대간 산우들을 어우르는 소임을 훌륭하게 수행하리라는 기대가 앞선다.

뒤풀이가 진행되는 동안 최종 후미팀이 등반대장(29회 한영균)의 배려와 안내로 장장 14시간이 걸린 노고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와 은근과 끈기를 보여주며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후미팀의 투혼과 노고의 발걸음에 모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돌아오는 찻속에서 꿀맛 같은 깊은 잠에 저절로 빠져들었다가 非夢似夢 깨어나 아우들(34회 길 웅, 34회 한동걸)이 돌리는 허영과

 실질의 위스키(23회 남순호 외 협찬)도 몇 모금 고루 마시는 사이 길이 막히지 않은 덕분인지 서울에 돌아온 시간이 제법 이르다.


2013. 9.